【週刊ハンガンネット通信】第514号 (2024年12月9日発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소년이 온다>」
미리내 한국어교실 김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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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리내 한국어교실의 김현근입니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처음으로 또한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한 지 벌써 두 달여가 지났습니다.
어제에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을 강연을 스웨덴에서 하고 그 장면을 유튜브로 볼 수 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live/1Z_co4Flfso (작가는 한국어로 또박또박 연설문을 읽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인으로서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한강 작가가 한국의 역사와 상관없는 내용으로 단지 문학성만으로 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를 관통하는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쓴 작품으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것이 노벨상 수상 선정의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는 데서 이번 노벨상 수상은 한국의 문학뿐 아니라 역사도 전세계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이번 한강 네트워크 통신에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1. 한강 작가 수상의 의의
한국어는 일본 식민지 시기에 제국주의 통치에 의해 언어가 소멸될 뻔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1945년 한국이 독립이 되지 않았더라면 1938년부터 시작된 조선어 말살 정책으로 인해 한국어는 사라지고 세대간 언어가 단절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위기를 지나자 한국어는 다시 긴 군사독재의 터널을 거쳐야 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시대, 정부에 대해서 비판이라도 하면 곧바로 잡혀가는 시대가 이어졌습니다. 말은 곧 침묵이었고, 말을 한다는 것은 저항이었습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의 사위 <김지하>씨는 1974년 <민주주의>에 관한 시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를 썼다는 이유로 박정희 정권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한국어가 기반이 된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타고,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으로 에미상을 타며, 전세계가 한국의 문화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문학에 한해서 말하자면 2016년에 한강이 <채식주의자>라는 소설로 영국의 맨부커상을 타면서 일약 전세계가 주목하는 작가가 됐고, 그 여파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한국어와 문학은 전세계인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볼 만한 것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2 소년이 온다
무엇보다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의미가 있는 것은 한강 작가가 써낸 작품이 한국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정면으로 응시했다는 데 있습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강 작가 스스로 처음 자신의 소설을 접한다면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어 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 위원회는 수상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인간의 연약함을 시적 산문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작가의 노벨상 수상 후 저는 <소년이 온다>를 전자책으로 구해 읽어 보니 과연 수상위원회가 말한 그대로, 실로 그러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시적이고 너무나 함축적이어서 모국어인데도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습니다. 또한 소설의 배경이 되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본질을 에두르지 않고 정면에서 다뤘습니다.
미리내 교실에서는 11월 23일, 24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해설 집중강좌를 진행했는데, 강의의 대부분은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을 정도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떻게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렸는지, 그러면서도 어떻게 그 후의 고통의 시간을 지내왔는지, 그런 역사와 어떻게 화해할 수 있는지 꼼꼼히 묘사합니다.
3 중학생 시절 봤던 광주 청문회
한강 작가가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 때 나이는 고작 아홉 살이었다고 했는데, 저는 여섯 살이었습니다. 저도 당시 서울 근교에 살았기 때문에 광주에 대한 소식은 접하기 어려웠고, 광주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된 것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인해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지고 나서였습니다.
198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소수로 전락하고 야당이 대승하는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면서 정국은 <광주 청문회> 이슈로 급속하게 바뀌어 갑니다. <광주 청문회>란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학살에 대해서 학살 책임자 위치에 있었던 당시 정부 관료(원래 군인이었던 사람들)를 불러 야당 의원들이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 강하게 호통치고 따져물은 국회 질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때 청문회 스타가 된 국회의원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광주 청문회>가 열릴 즈음, 그동안 알 수 없었던 광주의 진실을 KBS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보도했습니다. 한국민들은 TV 브라운관을 통해 8년간 침묵을 강요당한, 광주에서 공수부대들이 어떤 참혹한 짓을 저질렀는지를 똑똑히 알게 됐습니다. 다큐멘터리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 어떤 경로를 거쳐 5월 27일 마지막으로 전남도청에 남아있는 시민군들을 진압됐는지까지 자세히 다뤘습니다. 그때, 중학교 3학년이던 저는 TV를 통해 5월 27일 새벽 살해된 시민들을 군인들이 질질 건물밖으로 끌어 내서 도청 앞마당에 모아놓고, 자기들끼리 열을 맞춰서 자랑스럽다는 듯이 군가를 부르던 모습은 지금도 있을 수 없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바로 그 전남도처에 남아서 끝내 생을 마감한 소년 동호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한강 작가는 소설을 통해 줄곧 이야기합니다. 양심이란 무엇인가. 그 사람들은 왜 도청에 남아 죽음을 택한 것인가. 무참한 죽음 후에 애도를 하지 못하게 됐을 때 우리네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영혼이란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것인가.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이토록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인가.
그는 이번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자신이 소설을 쓰는 이유가 삶의 풀리지 않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질문을 던짐으로서 스스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모두에 펼쳐 보입니다.
4 2024년, 45년만의 <비상계엄>
광주 민주화 운동은 <비상 계엄>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극도로 제한한 포고령을 해제하라고 싸우다가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역사입니다. 저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전세계가 광주의 <비상 계엄 해제>에 대한 전세계적 인정한 것으로 믿었고, 감히 윤석열 정부가 군부가 국가를 통치하는 <계엄령>을 선포하지는 못 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12월 3일 45년만의 계엄령이 선포됐습니다. 87년 민주화가 진전되고 45년만에 등장한 이 단어를 처음 듣는 순간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어서 처음에는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다행히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45년 전의 유혈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연약한 것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은 머나먼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취약한 민주정의 제도 하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윤석열이라는 희대의 망나니가 탄핵이 되야만, 다시 한국인들은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고, 한국어와 문학, 역사에 대해서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쉽게도, 축제가 되었어야 할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식 뉴스는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로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2024년 연말, 2025년에도 그녀의 작품을 가지고 일본인 학습자들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국 역사에 대해, 한국 문학에 대해서,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생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입니다.

